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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패션이 유행이 될날도 오겠지

나는 편안한 차림을 좋아한다. 다 늘어난 티셔츠와 트레이닝바지를 좋아한다. 남의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성격도 한몫 하는것 같다.  50대의 나이에도 뾰족구두를 신을줄 아는 멋쟁이인 엄마에겐 딸의 차림새가 못마땅해보일것이다. 그루밍을 제대로 하지않는 게으른 한마리의 꼬질꼬질한 길고양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고나길 패션과는 거리가 멀게 태어난것을 어쩌겠는가. 

나는 불편한걸 못견딘다. 패셔너블한 사람은 유행에 따라 통기성과 신축성이 없는 셔츠나 블라우스, 꽉 끼는 치마와 바지, 무거운 가죽가방, 발아픈 구두를 감내할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나는 게으르다. 패셔너블한 사람은 부지런하다. 어떤것이 유행중인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쇼핑을 해야한다. 그 해에 유행하는 컬러나 원단, 스타일에 맞춰 어떻게 입을지 고민해야한다. 귀차니즘의 대명사에게는 그 부지런함이 놀랍기만 하다. 

 

코로나로 인해 편안한 옷이 패셔너블한 옷이 되었다는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불편함만을 가져다준 코로나지만,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편안함을 가져다준것 같다. 트레이닝복과 통이 넓은 바지, 넉넉한 핏의 옷과 낮은 굽의 신발들. 이 유행이 부디 오래, 제발 아주아주 오래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나는 대체로 편안한 옷을 고집할 것 같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은 맞는다고 한다. 편한 옷을 입다보면 유행이 돌고돌아, 내 패션이 유행이 될 날도 오겠지. 일생에 몇번쯤은 나도 패션의 선두자인 패셔니스타가 될 기회가 있을런지도.